[왜?]창기가 진숙의 대변인이라도 된다는 듯이 불쑥 나섰다. 왠지 그런 장기의 태도가 거슬려서 그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손 사장이 상우와 나인창을 불렀다.사장은 환갑이 지난 노인네였는데, 지독스럽게 버텼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사장을 납치하여 무지하게 고문을 한 모양이었다. 그 사장은 이빨이 세 개나 부러지고, 다리까지 절름발이가 되었던 것이다. 분하고 억울했던 그 사장은 죽기를 각오하고 검찰에 탄원서를 내기에 이르렀고, 때마침 불어닥친 폭력배 소탕령과 맞아떨어져 검찰차원의 수사로 비화되었던 모양이었다.현일은 이쯤에서 진숙을 단단히 눌러 놓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지나치게 탄력을 받은 용수철이 제 마음대로 사방팔방으로 튀어 달아나듯, 그녀의 말이 그런 식으로 터져나오면 현일이 감당하기 힘든 지경으로 빠져들곤 했다. 제 감정에 스스로 도취되어 청중보다 먼저 감동해버린 웅변가처럼 그녀의 삐걱거리는 정신상태가 어떻게 돌변할지 예측할 수가 없는 것이다.창기는 바람빠지는 소리로 싱긋 웃기까지 했다.그녀는 먹이를 발견한 매처럼 발톱을 세웠다. 그는 그녀가 묻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밑도 끝도 없이 왜 거짓말을 했냐고, 물어오는 그녀를 그는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나, 비서실장인데, 지하 나이트클럽으로 좀 내려오지,][이제 다시 시작할 수는 없겠지? 아마, 안 될 거야. 다시는 날 받아주지 않겠지?]더우기 별 따위는 결코 되지는 않을 것이고, 죽어 천년왕국을 이루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언젠가는 떠도는 영혼들이 세운 왕국의 국민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생전에 왕국을 꿈꾸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게 될지도.[만약 제가 못 하겠다고 대답하면요?]이승만 독재로부터 시작된 우리의 독재타도 운동은 지금에 와서 꽃을 피웠습니다. 수 많은 선배들의 땀과 피와 눈물로 이룬 그 꽃은 이제 만개(滿開)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실로 감개가 무량해 눈물이 쏟아질 지경입니다. 이 모두가 조국을 위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전투하신 동지 제현들의 노고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욕조에서 꺼내져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소. 그동안 고초가 심했지요?]그이는 결국 무기를 언도받았다. 도피중 부산에서 무슨 폭력조직과 손을 잡고 사람들을 다치게 한 모양이었다. 엎친데 덮친다는 격으로 그때에 폭력배 소탕령이 내려져 있었기 때문에 형을 가중처벌 받았다. 그가 항소를 포기하자, 면회가 이루어졌다.휘황찬란한 네온사인. 무섭게 질주하는 차들, 손님을 끄는 분장한 난쟁이, 엉덩이를 흔들고 지나가는 묘령의 여자들, 택시를 잡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는 취객들, 취객들의 주정소리, 길에서 방뇨하는 신사들, 포장마차의 생선굽는 냄새, 사람과 사람들, 서울은 불면증 환자처럼 밤새 깨워 있을 작정인 모양이었다.[짝짝짝.]현일은 김 형사가 따라주는 소주를 한 잔 들고 옛 생각에 빠져들었다. 초가을로 접어든 날씨는 제법 쌀쌀했고, 바람이라도 한 줄기 스쳐갈 때면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사범대 건물 뒤쪽에는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로 숲을 이룬 조그만 동산이 있었다. 학생들은 언제부터 그 곳을 에덴동산이라 부르고 있었다. 저녁 어스름한 무렵부터 늦은 밤까지 아베크족들이 짝을 지어 앉아 있는 것을 보노라면 누가 에덴동산이라고 이름 지었는지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담과 이브의 만남. 남과 여. 이들의 풍경은 태초의 에덴동산과 흡사했으리라.충헌거사 살해되다.[그래. 사랑한다. 사랑해!]40. 떠도는 영혼의 나라[나를 알아보는 사람 없어? 나, 박현도 동생 박현일이야!][이미 승부는 끝이 났어. 어차피 넌 교수대로 갈 거고, 이왕 갈 거라면 편히 가는 것이 좋을텐데.]그 뒤로는 남자들의 일상있는 술자리에 불과했다. 정치얘기, 돈얘기, 그리고 마지막에는 여자얘기로 이어졌다. 모두들 엄청난 주량을 과시하며 밤 깊도록 마셔댔다. 그는 어서 기다리는 마누라 품에 안기라는 행동대장 나인창의 성화에 떼밀려 방으로 올라왔다.[그리고 왜 이 여자는 눈, 코, 귀, 입이 없지?][결코 너를 잊지는 않을 거야.][잘 했어. 지금도 그 문서를 가지고 있지?]그런 와중에도 그는 끈질기게 도서관을 지켰고